아사리판(阿闍梨判)
질서가 없고 제 주장만 난무하는
어지러운 상태를 가리키는 말은 많다.
먼저 속된 표현으로 개판을 가장 많이 쓴다.
상태, 행동 따위가 사리에 어긋나 온당치 못하거나
무질서하고 난잡한 것을 이른다.
阿 : 언덕 아
闍 : 사리 사
梨 : 배 리
判 : 판단할 판
옛날 과거를 보는 마당에서 선비들이
질서 없이 들끓어 뒤죽박죽이 된
亂場(난장)에서 온 난장판도 있다.
이렇게 드러난 말뜻도 알 수 있고
유래도 뚜렷한 말과 달리 아사리판은
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말이면서도
일상에서 흔히 쓰인다.
어원이라며 주장하는 몇 가지 중에서
우리말에서 왔다는 것을 먼저 보자.
빼앗거나 가로채다는 ‘앗다’의 줄기
'앗-‘에서 매김꼴씨긑 '을'이 붙고
그 아래 사람을 나타내는 '이'가 붙어
'앗을이'가 변해서 됐다는데
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데 어울려
무법천지가 된 것을 비유했단다.
일본말 '아사리(あさり, 浅蜊/ 천리)'라는
조개에서 어원을 찾는 것은 담긴 그릇이 흔들릴 때
'사그락 사그락' 소리가 난다는 데서
나왔다는 것이다. 蜊는 참조개 리.
이런 주장보다 더 솔깃해지는 것이
불교에서 왔다는 이야기다.
수행을 중시하는 小乘佛敎(소승불교) 종단에서
교육을 담당할 만큼 덕이 높은 스승,
또는 도가 높은 승려를 말하는
阿闍梨(아사리)에서 유래했다고 밝힌다.
아사리를 한역할 때 阿牀利(아상리),
혹은 阿遮利夜(아차리야)라고도 한단다.
사리 闍(사)는 ‘담 도’로도 읽힌다.
불교에서 나온 말 중에서 원 뜻과는
많이 변한 말이 상당히 많다.
학승과 사무를 맡은 승려 理判事判(이판사판)이
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
말하거나 싸우기를 좋아하는
악신의 이름인 阿修羅(아수라)가
난장판인 아수라장이 된 것 등이다.
덕이 높은 스승 아사리가 많으면
다양하고 깊은 의견들이 개진되고
토론하는 시간도 길어질 것이다.
이 모습이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인 데서
질서 없이 어지러운 현장을 말하게
된 것으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다.
-옮긴 글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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